센터장 칼럼 <빈곤이란 숨바꼭질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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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센터장 댓글 0건 조회 25회 작성일25-04-25 10:00본문
[빈곤이란 숨바꼭질]
“요즘의 가난은 눈에 잘 안 보여서 더 위험합니다.”
1966년, 스물다섯의 뉴질랜드 선교사로 한국에 와 평생을 살아온 85세 한 신부가 한국 사회의 어제와 오늘을 회고하며 남긴 말이다. 자활센터 종사자라면 저 말의 무게를 알고, 그 의미를 생생한 사건으로 증언할 수 있을 것이다.
국가 빈곤 정책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우리 사회가 정한 ‘빈곤선’을 기준으로 작동한다. 자활센터는 이 한가운데에서 ‘탈수급―빈곤 탈출’의 정책 목표 아래 운영된다. ‘자활사업’은 곧 우리 사회 빈곤의 최일선이며, 자활센터 종사자는 이 시대 빈곤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다.
그렇다. 빈곤은 눈에 잘 띄지 않고, 누가 보여주지도 않으며, 보면 눈이 감기는 피사체다. 왜일까. 시력 때문은 아닐 것이다. 나는 그 이유가 빈곤에 약한 우리 사회의 감수성과 공감력에 있다고 생각한다.
공감이 희박한―‘약한 사회’에서 빈곤의 당사자들은 자신을 숨기고 감춘다. 이 숨바꼭질을 수치심으로 보는 건 반쪽의 진실일 수 있다. 나머지 반쪽이 타인과 사회를 향한, 그들의 배려이기도 하다는 점을 이 사회는 아직 알려고 하지 않는다.
아무리 굶주려도 인간의 ‘선한 의지’는 작동한다. 따라서 자살은 ‘극단적 선택’이 아니라 ‘극단적 실존’인 것이다. 이 인간의 의지를 ‘자기 실감의 노동’으로 조직(전환)하는 것이 ‘자활’의 역사이고 현재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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